수퍼차저는 원래 배기가스로 터빈을 돌리는 터보차저와 크랭크 풀리의 힘으로 터빈을 돌리는 기계식 수퍼차저를 통칭하는 말이었지만 근래 들어서는 후자만을 가리키는 말로 주로 쓰인다. 공기가 희박한 높은 고도에서 항공기 프로펠러 엔진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개발된 수퍼차저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기에 쓰였지만 본격적으로 그 성능을 뽐내기 시작한 것은 모터스포츠에서였다. 수퍼차저는 터보 랙이 없고 구조가 간단한 반면 엔진의 출력을 빼앗기 때문에 배기량이 큰 차에 주로 쓰인다
글·노진수 기자
출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방법은 엔진을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엔진을 바꾼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엔진을 바꾸지 않고 출력을 높이는 기술들이 꾸준히 개발돼 왔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배기가스로 터빈을 돌려 공기를 압축해 과급압을 만들어 주는 터보차저다. 과급압을 만들어 연소효율과 출력을 높여 준다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배기가스가 아닌 엔진 크랭크 풀리의 회전력으로 컴프레서 휠을 돌리는 수퍼차저도 있다.
각각의 방식마다 특징이 있는데 우선, 터보차저는 크게 고압터보와 저압터보로 나뉜다. 고압터보는 화끈한 출력과 반응성을 이끌어 내지만 엔진의 내구성을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엔진 내구성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초화하기 위해 과급압을 낮춘 저압터보를 쓰거나 수퍼차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메이커 중에서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수퍼차저를, 포르쉐와 사브, 아우디, 폭스바겐, 볼보 등이 터보를 양산차에 붙여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퍼차저, 항공기 엔진에 먼저 쓰여
국내에서는 아직 수퍼차저를 쓴 승용차가 생산된 적이 없다. 터보는 지난 1991년 데뷔한 현대 스쿠프 터보를 비롯해 현대 아토스, 기아 비스토에 터보 버전이 있었다. 또한 디젤차 중 현대 갤로퍼를 시작으로 싼타페, 테라칸, 스타렉스 등 대부분의 디젤 SUV와 미니밴에 터보 엔진이 올라간다.
사실 수퍼차저는 터빈형 수퍼차저와 기계식 수퍼차저를 모두 포함하는 단어다. 터빈형 수퍼차저가 바로 흔히 말하는 터보차저 즉 줄여서 터보라고 하며, 기계식 수퍼차저를 일반적으로 수퍼차저라고 부른다. 이 때문에 최근에 들어서는 터보는 전자, 수퍼차저는 후자를 뜻하는 말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수퍼차저가 맨 처음 쓰인 곳은 프로펠러 항공기에서였다. 높은 고도로 갈수록 공기의 밀도가 떨어져 산소가 희박해지는데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프로펠러 항공기는 이 같은 상황에서 불완전 연소가 일어나 출력이 떨어지거나 심하면 엔진이 정지해 버리는 상황이 일어나곤 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엔진 흡입구에 강제로 공기를 밀어넣는 장치가 필요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수퍼차저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전투기에 먼저 쓰이기 시작했다. 또한 엔진의 부피와 무게를 줄이면서도 출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잠수함에 쓰이기도 했다.
전쟁을 통해서 새로운 엔진 기술이 많이 선보였지만 발전을 이룬 곳은 모터스포츠 무대였다. 수퍼차저도 경주차의 성능을 높일 목적으로 꾸준히 개량되었다. 레이싱카에 수퍼차저를 처음 얹은 메이커는 메르세데스 벤츠다. 1922년 4기통 1.5ℓ 수퍼차저 경주차를 선보인 이후 관련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켜 1927년형 경주차인 S와 이를 개량한 SS, SSK 경주차에 수퍼차저를 얹었다. 1934년에는 500K에 얹어 100마력이던 최고출력을 160마력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수퍼차저 기술을 완성시킨 사람은 당시 벤츠 기술 책임자로 일하던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였다. 그 후 알파로메오와 부가티 등 많은 메이커가 고성능 경주차에 수퍼차저를 얹어 성공을 거뒀다.
수퍼차저는 엔진의 크랭크 풀리에 이어진 벨트나 체인을 통해 작동한다. 이 장치의 장점은 터보 엔진에서 흔히 나타나는 반응 지체(터보 랙)가 없다는 것이다. 터보차는 급가속을 위해 순간적으로 액셀러레이터를 바닥까지 밟으면 배기가스가 터빈을 돌려 과급압을 얻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 배출가스의 압력이 낮으면 터빈의 휠을 빨리 돌리지 못하고, 공기를 압축하는 컴프레서 휠이 과급압을 충분히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경이 작은 터보를 써서 응답성을 높이기도 한다. 하지만 작은 터빈을 쓰면 출력향상 효과가 크지 않은 단점이 있다.
메이커는 이런 터보 랙을 줄이기 위해 순간적으로 빠르게 가속되는 가벼운 재질의 터빈 휠을 쓰는 등 꾸준히 개량을 해왔고, 저속용과 고속용 2개의 터빈을 달아 저속에서의 반응을 빠르게 만든 시퀀셜 트윈 터보를 개발하기도 했다.
반면에 수퍼차저는 엔진의 크랭크축에 직접 연결되어 엔진회전수가 올라가면 곧장 과급압이 발생한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차가 멈칫거리지 않고 바로 가속되는 것이다. 하지만 임펠러나 로터를 회전시키기 위해 엔진의 힘을 소비하기 때문에 배기량이 작은 엔진에 붙이면 효과가 크지 않다. 작은 배기량의 차에서 에어컨을 켜면 힘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배기량이 큰 차는 에어컨을 켜도 주행성능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수퍼차저도 배기량이 큰 차에 어울린다. 미국 차들이 수퍼차저를 즐겨 얹는 것은 터보보다 구조가 간단하고, 배기량이 넉넉해 수퍼차저를 달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태생의 모터스포츠인 드래그 레이스에 출전하는 차들은 수퍼차저를 많이 쓴다.
하지만 수퍼차저에도 단점이 있다. 엔진에 직접 연결되어 있어 고회전에서는 엔진 회전에 방해가 된다. 이 때문에 필요에 따라 연결을 끊을 수 있도록 구동 풀리에 클러치를 다는 차가 늘고 있다. 아울러 구조는 단순해 보이지만 최소한의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엔진룸이 비좁은 차에는 설치가 까다롭다.
튜닝 방향은 전문 튜너와 상담해야
수퍼차저의 구성요소는 우선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컴프레서가 있고, 늘어난 흡기량에 맞춰 필요한 만큼 연료를 뿜어내는 연료장치, 점화시기를 조절하는 이그니션 장치 등이 있다. 수퍼차저 튜닝에서 연료와 점화계통의 보강은 필수적이므로 ECU의 프로그램을 조정해야만 정상적으로 움직인다. 또 크랭크샤프트에 붙는 크랭크 풀리와 수퍼차저 쪽의 풀리, 이 둘을 잇는 벨트가 있어야 한다. 또한 회전하는 로터를 식히고 윤활하기 위한 고압 오일펌프, 벨트의 장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텐셔너 등이 필요하다. 여기에 압축과정에서 온도가 올라간 공기를 식히는 쿨링 시스템을 추가할 수 있다.
수퍼차저는 배기량과 원하는 마력 수에 따라 크기와 모양이 달라진다. 과급압은 10∼29psi, 터보로 치면 0.3∼0.8바의 낮은 수준이다. 터보에서 과급압을 조절하려면 압축비를 낮추거나 웨이스트 게이트 밸브를 달아 필요 이상으로 높아진 압력을 빼면 되지만, 수퍼차저는 크랭크 풀리와 수퍼차저 풀리의 직경에 의해 과급압이 결정된다. 즉 크랭크샤프트 풀리의 둘레가 1일 때 수퍼차저 풀리의 직경을 1, 2, 3 중에서 고를 수 있다.
과급압은 수퍼차저 풀리의 직경이 클수록 작아지고, 줄어들면 커진다. 반면 압축비를 떨어뜨리지 않기 때문에 0.8바 이상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 수퍼차저 풀리의 직경이 고정되지 않고, 드로틀 보디의 열림 정도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과급압을 조절해 주는 전자식 클러치가 달린 것도 있다.
압축 효율은 72∼79％ 정도이고, 임펠러의 회전수는 최고 10만rpm에 이르는 터보보다 낮은 5만∼6만5,000rpm. 만들어낼 수 있는 마력은 배기량에 따라 순정 상태보다 20∼50% 수준이다. 토크가 30% 정도 상승하기 때문에 50% 이상 배기량이 커진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이한 것은 터보는 임펠러가 한 방향으로만 회전하지만 수퍼차저는 종류에 따라 역방향 회전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쿨링 시스템은 터보차저의 인터쿨러와 같은 역할을 한다. 엔진으로 들어간 공기는 수퍼차저의 임펠러나 로터를 지나 압축되는 과정에서 온도가 올라간다. 공기가 뜨거워지면 밀도가 떨어져 압축한 만큼의 효과를 낼 수 없다. 터보는 공랭식 인터쿨러를 쓸 때가 많지만 수퍼차저는 수랭식과 공랭식을 겸하는 방식을 주로 쓴다. 엔진의 냉각수와는 별도로 물탱크를 달고 라디에이터를 추가해 냉각수를 식힌다. 이처럼 냉각장치를 보강하면 출력을 20∼100마력까지 높일 수 있다.
현재 시중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으로는 차종에 따라 맞춤형으로 나오는 알파인사의 수퍼차저 튜닝 키트를 들 수 있다. 보통 배기량 2.5~2.7ℓ 이상급 차에 주로 쓰이고 있다. 여기에 혼합기 흡입량을 늘려주는 하이캠 등을 달면 더욱 큰 출력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이런저런 복잡한 작업이 더해지고 부품 수가 늘어날수록 튜닝 비용은 수백만 원 대에서 수천만 원까지 올라간다. 그러므로 쓸 수 있는 비용의 범위 안에서 원하는 성능을 어떻게 맞춰 나갈 것인지 전문 튜너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