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폭탄’ 세례에 침수차량이 속출하는 등 자동차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속에 완전히 침수된 차뿐만 아니라 20㎜가 넘는 폭우 속에 주차했거나 주행을 한 경우에도 ‘반(半) 침수차’로 간주,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8일부터 25일까지 전국 주요도시 200개 ‘10년타기 정비센터’(www.carten.or.kr)에서 침수차량 피해 무료 정비상담과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자동차10년타기시민운동연합(대표 임기상)의 도움말로 침수차량 관리요령을 알아본다.

▲침수차, 절대 시동 걸지 마라=요즈음 출시되는 자동차는 기계가 아니라 움직이는 컴퓨터다. 완전 침수된 차량을 정비할 때는 정비업소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침수 차량의 정비는 단순한 부품교환이 아니라 잔손품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반드시 전문 정비사와 상의해야 하며 급한 마음에 무리하게 시동을 걸면 전자제어장치에 치명적인 고장이 발생, 폐차장으로 직행하게 된다.

▲침수차 정비는 빠를수록 좋다=침수차는 전자제어장치, 엔진오일, 필터류나 변속기오일 등의 오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엔진룸과 차내의 흙 등 각종 이물질은 압축공기와 세척제를 이용, 제거한다. 완전 침수차는 모든 오일류와 냉각수, 연료를 모두 1~2번 정도 교환해야 한다. 각종 배선은 커넥터를 분리한 뒤 깨끗이 씻은 후 말려서 윤활제를 뿌린다. 침수 후 발생되는 차량 부식을 막기 위해 반드시 깨끗한 수돗물로 충분히 세척을 해야 한다.

▲폭우에 주행한 자동차도 반(半)침수차=폭우에 장시간 주행했거나 주차를 한 경우에는 브레이크 관련 장치에 물이 들어가 성능이 급격하게 떨어지며 많은 습기로 인해 전기계통의 고장이 증가한다. 브레이크 패드와 라이닝을 분리 점검하고 1년이 지난 브레이크 오일은 교환해 준다. 에어컨 필터와 에어크리너에 쌓인 먼지가 습기를 만나면 성능을 더욱 떨어뜨리는 만큼 교환하는 것이 좋다. 평소에 이상이 없던 차량이 온도게이지가 상승하거나 차가 떨리거나 가끔 시동이 꺼지면 요주의 대상이다.

▲자동차 보험부터 확인하라=주차 중 침수사고, 홍수와 태풍으로 인해 차량이 휩쓸려 파손된 사고, 홍수지역을 지나던 중 물이 넘쳐 파손된 사고 등에 대해서는 보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또 보험가입자의 무과실로 인정돼 보험료도 할증되지 않는다. 반면 차문이나 선루프를 열어놔 빗물이 들어간 것은 침수로 보지 않으며 실내, 트렁크, 적재함 등에 보관한 물품은 침수시 보상받을 수 없다.

또 자차보험 가입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국내 운전자 중 약 40%가 보험가입시 자기차량손해(자차보험)를 제외해 폭우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인, 대물 외 자기차량손해에 가입해야만 주차 중 태풍·홍수·해일 등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보상 기준은 자동차의 차령을 고려한 감가상각을 공제한 보험시가를 기준으로 한다.

▲침수차는 선(先) 견적서, 후(後) 정비=자동차관리법시행규칙 제134조에 따라 정비를 하기 전에 반드시 견적서를 교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만약 견적서를 미리 받지 않고 정비를 의뢰할 경우 추가 비용을 요구하거나 과잉정비의 피해를 당할 수 있다. 보험사의 보상 가능금액과 정비료를 견줘봐야 하며 반드시 두 군데 이상의 정비업소를 들러 견적을 비교해야 한다.

▲완전 침수차는 과감하게 포기하라=완전 침수차는 아무리 정비를 잘해도 고장재발 확률이 높다. 특히 차량가액과 맞먹는 정비 비용이 나오는 침수차는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참고로 보험에서 차량가액을 전부 보상하는 경우는 사고로 인한 차량의 파손 정도가 심각해 차량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상태(전손)가 되거나 수리비가 자기차량 손해보험가입 금액을 초과할 때다.

▲수리 후 ‘점검, 정비내역서’를 반드시 챙긴다=물먹은 자동차는 수리를 받더라도 고장 재발이 잦다. 다시 고장이 났을 때 무상 수리를 받기 위해서는 정비내역서를 잘 챙겨야 한다. 정비내역서를 잘 보관하면 차령에 따라 30~90일까지 무상보증수리를 받을 수 있다. 정비내역서는 관련법에 따라 의무교부사항이며 정비업소는 1년간 보관해야 한다.

▲물먹은 자동차는 일광욕을 시킨다=침수가 되지 않았더라도 폭우를 견딘 자동차는 구석구석 습기를 제거해야 한다. 햇볕이 좋은 날 차문과 트렁크를 열고 바닥 매트와 보조타이어를 들어내고 흙 등 이물질을 제거한 후 물기를 완전히 말린다. 진공청소기나 압축공기로 꼼꼼히 청소를 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눅눅한 냄새에 시달린다. 충분히 말려준 뒤 겨자 섞은 물이나 치약 녹인 물을 살짝 뿌려주면 냄새 제거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