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정경화 기자] SBS 월화드라마 '왕과 나'의 시청률이 13.9%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방송 초기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성과 인기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방송이 진행되면서 시청자의 사랑은 시들해졌고 논란만 가중됐다. '왕과 나'가 추락을 거듭하는 것은 어째서일까?

'왕과 나'의 나는 누구인가? - 내시의 실종

'왕과 나'는 제작 당시 임금을 가장 측근에서 모시지만 드라마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내시를 재조명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됐다. 그러나 내시의 새로운 모습을 다루겠다던 목표는 극이 진행될 수록 그저 명분 좋은 허울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확실해졌다. '왕과 나'의 나는 드라마 속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신인 기용 도박인가? – 연기력의 부족

‘왕과 나’는 주요 배역으로 사극 연기 경력이 전무한 고주원, 오만석을 기용했다. 주인공 3명 모두 아역 출연자에서 성인 출연자로 교체되는 시기에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현대극 연기 경력도 많지 않은 고주원과 구혜선은 극을 이끌어갈 흡입력 조차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질타를 받았다.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다소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100%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는 못했다.

이랬다 저랬다 갈팡질팡 캐릭터 - 캐릭터의 개연성 부재

'왕과 나'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인물 정보를 보면 지금 진행되고 있는 드라마 속 캐릭터와 너무나도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시놉시스 속에서는 조치겸은 김처선과 오상궁 구혜선과 대립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런데 실제 극 속에서는 주인공들의 측근에서 주인공을 도와주는 인물로 등장한다.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작가가 캐릭터의 성격을 다시 수정했기 때문이다. 오락가락하는 시청자의 의견을 수렴해 캐릭터를 변형시키다 보니 개연성이 부족한 캐릭터가 탄생했다.

드라마도 쇼를 하라 - 보여주기 식 캐릭터와 사건의 난무

'왕과 나'는 드라마의 흐름에 따른 인물의 등장이나 사건의 발생 보다는 시청자의 눈길 끌기 용 이벤트가 많았다. 꼭 보여주지 않아도 될 장면, 꼭 등장하지 않아도 될 인물 등 드라마의 사족이 너무 많았다. 지난해 10월 방송된 '왕과 나'에는 개그우먼에서 가수로 변신한 김미려가 내자원의 안주인 탄실네 역으로 등장했다. 덕분에 드라마 자체가 화제가 되긴 했지만 최근에는 한 회에 한신 등장할까 말까 하는 말석 캐릭터로 전락했다.

금요일 촬영 월요일 방송? - 쪽대본 촬영

'왕과 나'는 촬영과 편집 방송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쪽대본 촬영이 발단이 돼 폭력 사건까지 발생했으니 그 폐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쪽대본은 연기자를 연기를 하는 사람이 아닌 그저 외워서 읽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 쪽대본으로 채워진 드라마는 높아진 시청자의 눈을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총체적인 부실 - 내러티브의 부제

위에서 언급했던 요소들이 총체적인 내러티브의 부재라는 부실을 낳았다. 중구난방 식으로 터지는 사건과 설득력 없는 캐릭터는 사건을 벌려만 놓고 수습을 하지 못했다. 연기 경력이 부족한 신인 연기자가 쪽대본에 의지해 촬영하는 드라마에 완성도를 기대하는 것은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드라마초반보다 현저히 완성도가 떨어진 지금의 모습은 2007년 하반기 기대주로 꼽혔던 '왕과 나'의 씁쓸한 뒷모습이다.

출처-미디어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