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뉴욕=김준형특파원][생존자협회장 "하버드-메릴린치출신, 약혼자는 사망" 모두 가짜]

9.11 이 발발한지 6년이 지났지만, '세계 무역센터 생존자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타니아 헤드(여)의 이야기는 여전히 미국인들에게 가장 많이 회자되는 가슴 뭉클한 감동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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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11일 오전 8시56분. 하버드 학사·스탠퍼드 석사를 마치고 메릴린치의 M&A팀에서 날개를 펼치던 재원 타니아 헤드는 월드트레이드 센터 남쪽건물 78층에서 탈출을 위해 초조하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불길에 휩싸인 북쪽타워에 이어 또다시 비행기가 건물에 충돌한 순간, 그녀의 옷은 불길에 휩싸였다. 정신이 가물가물해지던 순간, 주식트레이더이자 자원 소방관인 웰리즈 크로더(24)가 불을 끄고 있었다. "제발 살려주세요" "안심해요, 내가 아래로 데려다 줄테니"

다음달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약혼자 데이브와 결혼할 생각만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타니아는 화염을 뚫고 건물을 기어 내려온다.

그때 이미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던 한 남성은 "아내에게 전해달라"며 마지막 힘을 다해 끼고 있던 결혼반지를 그녀에게 부탁한다.

그녀가 의식을 되찾은 것은 병원침대. 타니아가 탈출을 시도하던 그 시각에 무너져 내린 북쪽건물에 있던 타니아의 약혼자 데이브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자신을 구해준 소방관 크로더 역시 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한 뒤 정작 자기자신은 빠져나오지 못했다.

맨해튼에서 서로 옐로 캡(택시)을 먼저 잡으려다 알게된 타니아와 데이브. 월가의 금융전문가였던 두사람은 한달쯤 뒤 비즈니스 모임에서 다시 마주치게 되고, 곧 사랑에 빠진다. 동거를 시작했고, 결혼을 앞두고는 하와이로 둘 만의 밀월여행까지 다녀온 그들을 9.11은 영원히 갈라놓았다.

지금도 해마다 9월11일이 되면 그녀는 작은 노란택시 장식을 '그라운드 제로'에 내려두며 데이브를 기억한다. 또 태어나지 못한 두 사람의 2세를 아쉬워하며 '데이브 아동기금'을 설립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생존자 협회' 회장을 맡아 월드 트레이더센터 기념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그날의 참상을 일깨워주고 있다.

또 전국의 중고등학교 대학교와 단체, 기업, 마을을 돌아다니며 그날의 비극과 교훈을 미국인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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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완벽한 러브스토리이자 휴먼다큐멘터리이다. 9.11직후 줄리아니에게 당시의 참상을 소개하는 사진들이 언론에 실렸고, 그 뒤로도 9.11 관련 이슈가 있을때마다 타니아는 미국인들에게 상징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영웅이었다.

하지만 모두 가짜 였던 것으로 판명돼 가고 있다.

관련자들의 증언을 통해 타니아의 스토리를 수주일간 추적해온 뉴욕타임즈는 27일자 1면 기사를 통해 타니아의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약혼자 데이브의 가족들은 그녀와의 관계에 대해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친구들도 9.11 이전에 그녀에게 데이브라는 약혼자가 있었다는 것을 못들었다고 했다.

그녀가 경력으로 소개한 하버드와 스탠퍼드대학, 메릴린치 모두 그녀의 이름을 발견할수 없었다고 밝혔다. 죽기 직전 그녀에게 반지를 건네줬다는 사람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타니아의 동료들도 "아버지는 외교관이었다"는 말 외에 9.11 이전에 그녀가 뭘 했는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9.11과 관련한 그녀의 이야기도 오락가락했다는게 주변사람들의 말이다.

투자전략 싱크탱크에서 수석 부사장으로 일했다는게 '생존자협회' 홈페이지에 기재돼 있던 그녀의 이력이다.

각종 강연에 앞서 주최측에 제출된 이력서에서 타니아는 "앤더슨 컨설팅에 입사한 이래, 미국 영국 아르헨티나 프랑스 싱가포르 네델란드의 유수의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했으며 9.11당시 메릴린치 인수합병팀(멤버들은 모두 9.11당시 사망)에 소속돼 있었다"고 밝혀왔다. 최근에는 동료에게 9.11 당일 메릴린치 인턴십에 지원하기 위해 월드트레이드센터에 갔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녀는 뉴욕타임즈와의 통화에서 "나는 불법적인 일을 한게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을뿐 '진실'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왜 그런 일을 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생존자 협회에서도 월급을 받지 않았으며 월드트레이드센터 투어가이드도 자원봉사였다.

그녀가 지금까지 해온 일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타니아의 동료들은 그녀가 '진실'을 이야기해줄 것을 기대했으나 답을 얻지 못했다.

생존자협회는 그녀의 경력이 문제가 되자 며칠전 타니아를 해임하고 홈페이지(http://www.survivorsnet.org/index.html)에서 그녀의 이름을 삭제했다.

삼풍백화점 붕괴때 극적으로 살아났고, 미국 명문대를 졸업했다는 신정아씨 사건이 아직도 한국사회를 들끓게 하고 있는 사이, 지구 반대편에서도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는 명문대 출신 인텔리 여성의 조작된 '영웅 신화'가 사람들의 가슴에 또다른 상처를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