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깜깜한 새벽 학생들을 가득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리던 버스 기사가 의식을 잃으며 버스가 도로를 벗어나고 있는 위급한 상황에서 16세 여학생이 재빨리 핸들을 잡고 침착하게 버스를 콘트롤해 대형사고를 막아 소녀 영웅으로 칭송되고 있다.

지난 달 30일(현지시각) 호주언론에 따르면 퀸슬랜드주 경찰은 브리스번 소재 세인트 마가레트 성공회 여자학교 학생인 로라 심슨 양이 도로를 벗어나는 그레이하운드 버스의 핸들을 잡고 안전하게 지키면서 모두의 생명을 건진 것으로 본다면서 "영웅적" 행동을 한 로라 양에게 용감한 시민상 표창을 상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라 양의 어머니 미간 씨에 따르면 지난 달 29일 새벽 3시경 브리스번을 떠나 퀸슬랜드 주 남서부 맥칼딜라 지역 '워레고 하이웨이'를 달리던 그레이하운드 버스 기사는 자신이 실신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아 버스를 도로변에 세우려 했으나 의식을 잃어버렸다.

부활절을 앞두고 가을방학을 맞아 기숙사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던 6-12학년 학생들을 가득 태운 버스는 도로를 이탈해 도로 주변에 흐르는 실개천의 둑으로 향하며 콘크리트 배수관을 간신히 피하고 도로표지판을 들이받기도 했다.

이때 운전석 뒤 3번째 좌석에 앉아 있던 로라 양은 뭔가 잘못되고 있다고 직감했고, 버스가 샛강을 앞두고 덤불 숲을 향해 나아가는 상황 속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사에게 다가갔을 때 그가 가속페달에 발을 얹은 채 정신을 잃고 있는 것을 알았다.

운전면허도 없는 로라 양은 여전히 달리고 있는 버스의 핸들을 움켜잡아 방향을 잡으면서 기사에게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라고 소리를 질렀고, 이 사이에 정신을 되찾은 기사가 페달에서 발을 떼고 브레이크를 밟으며 가까스로 차를 세웠다. 그리고 나서 기사는 다시 의식을 잃었다.

어두운 고속도로에서 간신히 버스가 정차하자 로라 양은 손전등을 들고 버스에 타고 있던 학생들을 밖으로 인솔한 후, 구급차를 부르고 그레이하운드 버스회사에 전화를 걸어 새로운 운전기사를 보내달라고 했다.

로라 양이 재학중인 세인트 마가레트 성공회 여자학교의 수 홀눔 교장은 항상 활기차고 남을 돕고 공익을 생각하는 로라 양이 끊임없이 교직원과 학생 모두에게 감명을 주고 있다며 그녀의 용기를 칭찬했다.

홀눔 교장은 "우리가 높이 평가하고 있는 로라 양의 자질이 이번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난 것으로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로라 양은 시골아이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10-11세 때부터 차를 몰아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레이하운드 파이어니어 사는 사고 버스에 38명의 승객이 탑승해 있었으며 대부분이 기숙사 생활을 하다가 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가던 학생들이었다고 밝혔다.